독일, 경제 강국의 몰락
- 박동수 입니다.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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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13시간 전
산업은 한때 독일 경제 기적의 토대였다. 그러나 국가 중심적인 정치와 개혁 의지 부족으로 기업들이 마비되고 있다.

독일은 탈산업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많은 나라에서 독일은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과거의 모습에 기반한 것으로, 독일은 현재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뉴질랜드 과학보도지(NZZ) 독일 담당 부서는 12부작 시리즈를 통해 독일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분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마지막 편에서는 다가오는 탈산업화의 위협에 대해 다룬다.
Ingelheim의 삶은 풍요롭다. 지난 5월 새롭게 단장하여 재개장한 보행자 전용 구역을 따라 사람들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잘 가꿔진 화단과 푸른 가로수길을 지나면 5년 전 개관한 '킹(King)' 문화센터가 나타났다. 이 센터의 웅장한 외관은 뉴욕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에도 어울릴 만한 수준으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들이 꿈꿀 수조차 없는 건축물이다.
Rheinland-Pfalz 주에 위치한 이 작은 도시는 인구 3만 5천 명의 작은 마을일 뿐만 아니라, 매년 수백만 유로의 세수를 창출하는 Boehringer Ingelheim 제약회사 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인상적인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잉겔하임처럼 독일의 다른 많은 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BMW의 생산 공장 덕분에 바이에른 주의 Dingolfing 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Baden-Württemberg 주의 Oberkochen 에서는 광학 회사 Carl Zeiss가 시 재정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 Franken 지방의 마을 Iphofe 은 건축 자재 회사인 Knauf 로 부터의 수백만 유로의 무역 세 덕분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몇몇 소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 전체가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은 국가 총 부가가치의 약 20%를 차지하였다. 이는 이웃 나라인 프랑스(16.8%)나 미국(18.4%)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m총 740만 명이 산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전체 고용 인구의 16.4%에 해당하며, 대략 6명 중 1명꼴이다. 이들 역시 독일의 강력한 생산력 덕분에 혜택을 보고 있다. 산업 부문의 시간당 총 임금은 전체 경제보다 17% 더 높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이 폐허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거듭나는 데 산업이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망은 암울하다.
독일이 유럽 경제를 주도하고, 다른 나라들이 독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제 구조를 부러워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하지만 현재 상황 또한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올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유일한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재를 받고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조차도 경제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데 말이다.
제약회사 Boehringer Ingelheim 역시 독일 사업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탈산업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라고 Boehringer Ingelheim 독일 지사장인 Sabine Nikolaus는 말한다. 그녀는 최근 몇 달 동안 해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거나 이미 이전한 여러 산업 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예를 들어 화학 회사인 BASF를 살펴보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Ludwigshafen공장의 여러 생산 시설을 폐쇄했는데, 여기에는 비료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공장도 포함된다. BASF는 Ludwigshafen 공장의 생산 능력을 약 10% 감축할 계획이다.
그리고 다른 많은 제조업체들도 BASF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독일 산업상공회의소연합(DIHK)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 500명 이상인 모든 산업 기업의 43.4%가 현재 해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제약 회사 매니저인 Nikolaus는 이러한 수치에 놀라지 않는다 라고 설명한다. "독일에서는 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확실히 그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독일이 산업 입지로서 쇠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경제학자 Clemens Fuest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다른 나라에 비해 세금 부담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Mannheim시에 위치한 ZEW 연구소의 분석은 독일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실효세율이 약 29%에 달하는 독일은 EU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만이 아니다. 특히 미국은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산업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의 제조업 부문은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에너지·수도산업협회(BDEW)에 따르면, 올해 세금 및 각종 부담금을 포함한 평균 산업용 전기 요금은 킬로와트시당 26.5센트였다.
이러한 어려움의 원인은 최근 몇 년간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있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에너지 부족과 공급 불안정을 초래하였다.
화학 회사 Evonik CEO인 Christian Kullmann은 "에너지 가격 측면에서 독일은 더 이상 산업 입지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생산 시설을 물색하던 중 미국 텍사스 주 정부가 전기 요금을 2센트로 제시하였다." 라고 독일 에너지 가격 수준을 비교하였다.
정치인들은 독일의 이러한 경쟁력 부족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마지막 나머지 세 곳의 원자력 발전소마저 가동을 중단하면서 산업용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는 독일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 속에서 발생한 일이다.
현재 집권 연립정부는 산업용 전기 요금제를 논의 중이다. 최소한 과도기 동안은 세금 보조금을 통해 시장 원리를 무력화하고 에너지 집약적 기업들을 지원하려는 의도이다. 사민당과 녹색당이 제안한 이 방안은 자유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독일 정부는 개혁에 대해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녹색당과 사민당은 강력한 산업노조인 IG Metall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제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G Metall 회장 Jörg Hofmann은 "연방 정부의 일부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위한 경쟁력 있는 산업용 전기 가격 책정에 대한 저항을 시급히 포기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이들 산업은 보조금 지원이라는 과도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반면, Ifo 연구소 소장 Fuest 그러한 가격 보장이 산업의 국내 유지를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실질적인 전력 부족은 보조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대신 기존 전기세 인하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제안은 여당 연립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전반적으로 연방 정부는 지금까지 대대적인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Fuest 소장은 바로 지금 필요한 것이 그러한 개혁이라고 확신하였다. 지금 독일 산업에 많은 문제는 자초한 것인데, 여기에는 만연한 관료주의, 장황한 승인 절차, 낙후된 인프라 등이 포함된다. 기업들은 일시적인 완화책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는 관료주의를 줄이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얽매여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 내용은 회계 관련 서류의 보존 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마르코 부슈만 연방 법무부 장관은 이 법안을 통해 총 23억 유로의 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립 정부는 이처럼 개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들은 자본으로 먹고 산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연일 경신하는 매출에 안주해 온 기업들은 자만심에 빠져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경제학자 Fuest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디젤 스캔들과 전기차 개발의 더딘 행보에서 실수를 저질렀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VOLKSWAGEN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 Thomas Schaefer는 최근 사내 회의에서 독일 최대 자동차 그룹인 폭스바겐의 상황이 "불타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폭스바겐은 여러 분야에서 비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는 한편, 경쟁사에 비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독일 자동차 사업은 병들어 있다"고 셰퍼는 "매니저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격앙된 어조로 말하며, 회사가 "강한 폭풍"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폭스바겐과 같은 곤경에 처해 있다. 과거의 재정적 성공에 안주한 나머지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던 것이다. 그 결과, 해외 경쟁업체들이 독일 기업들을 앞지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 브랜드 BYD는 올해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 것은 1980년대부터 중국 시장을 선도해 온 폭스바겐에게는 뼈아픈 패배이다.
IW 연구소의 지난 봄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혁신 기업 비율이 지난 3년 동안 크게 감소했다. 현재 혁신적인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은 다섯기업 중 하나. 2019년에는 네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이 혁신적이었다. 결국 전체 기업 가운데 지난 2019년에는 25% 혁신적 기업들이 현제는 20% 로 낮아진 것을 본다.
이러한 산업 경쟁력 약화는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독일 기업들은 전통적인 기계 공학 및 화학 산업에서는 강세를 보이지만, 디지털화 분야에서는 완전히 뒤처져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SAP 하나뿐이다.
세금 감면 대신 정부 보조금
기업들이 놓친 부분을 정치인들은 이제 수십억 유로의 보조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독일 연방 경제부 장관은 미국 기업 인텔이 Magdeburg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약 100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녹색당 소속인 하베크 장관은 대만 기업 TSMC에도 50억 유로의 정부 보조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공적 자금 역시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에 사용될 것이다.
경제학자 퓌스트는 이를 비효율적인 투자라고 평가한다. "만약 인텔이 보조금 없이 독일에 온다면, 그것은 독일이 기업 유치에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이 유치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독일의 경쟁력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연방 정부에 "개입주의와 지나친 세부적 통제를 줄이고 시장 원리를 더 신뢰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하지만 독일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키고 탈 산업화라는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근거는 여전히 많다. 독일은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하고,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독일이 지속적으로 세계 무역에 집중해 온 덕분에 기업들은 많은 경쟁국보다 위기에 대한 회복력과 적응력이 뛰어나다.
지금 당면해 있는 산업 회복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정치인, 기업, 그리고 시민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Berlin의 연방 정부 정치권, Wolfsburg의 독일의 산업의 주력인 자동차, 나아가 Ingelheim의 화학 단지 등지에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수적이다.
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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